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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인디출판/노자 컨설팅-포스트꼰대니즘의 도

노자 컨설팅-제2장 광의의 조선시대

by 마음의제국 2020. 4. 28.

 보편적 기준이 지배하는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기준은 구분을 낳고, 구분은 배제와 차별을 낳는다. 공자의 철학인 유교가 지배하던 조선시대를 떠올려 보자. 양반과 상놈의 구분이 있었다.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있었다. 종주국과 오랑캐의 구분이 있었다. 그러한 구분에는 배제와 차별이 함께했다. 

 

 보편적 기준의 힘이 강한 사회일수록 위계적 질서가 굳어진다. 과거 조선시대의 과거시험제도는 능력에 따른 인재 등용이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인간의 인위적인 기준에 의한 보편적 기준으로 작용하여 인적 다양성과 사회적 역동성을 말살시켜 버렸다. 오로지 보편적 기준에 부합되어야 위계질서의 위쪽으로 갈 수 있었다. 보편적 기준은 인간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보편적 기준이 작동한다는 것은 어느 한쪽의 주관적 견해가 옳고 다른 쪽은 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수능시험, 공무원 시험, 자격시험 등도 이와 많이 닮아있다.

  

 공자의 철학은 본질주의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군주에게는 군주의 본질이 있고, 신하에게는 신하의 본질이 있으며, 남성에게는 남성의 본질이 있고, 여성에게는 여성의 본질이 있다는 것이다. 본질론적인 사고관이 지배하는 사회의 문제점은 ‘변화’하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힘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힘이 약해지면 보편적인 기준에 세계를 끼워 맞춘다. 역사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으로 보는 사고관이 그 예이다. ‘아(我)’라는 본질이 존재한다는 착각에서 ‘아(我)’와 ‘비아(非我)’의 이분법적 구분이 시작된다. 분별이 시작된다. 선악의 재단이 시작된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악한 ‘비아(非我)’에게 있고 선한 ‘아(我)’는 분노한다. 문제는 주체적으로 상황을 변화시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에 맞추어 변화하려면 붓다가 이야기한 무상(無常)과 무아(無我)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무상(無常)이란 영원히 불변하는 것은 없다는 뜻이고, 무아(無我)란 모든 존재는  그 본질이라고 할 고정적 실체가 없다는 뜻이다. 세계를 본질론적 사고로 보는 것이 아니라 관계론적 사고로 보는 것이다. 관계론적 사고로 세계를 보면 선악을 구분 짓는 이분법적 틀이 깨지게 된다. 

 

 성경에는 최초의 인류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이유가 선악과(선악을 알게 하는 열매)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나와있다. 선악과를 먹었다는 것을, 이분법적인 틀과 보편적 기준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주관적인 잣대로 선과 악을 끊임없이 구분 짓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는지 이해가 된다.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온갖 기준을 가지고 사람을 구분하는 본질론적 사고를 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이 초면에 나이를 묻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한국의 문화는 나이, 출신학교, 지역, 직장, 연봉 등을 기준으로 이 사람이 나보다 아래인지 위인지를 끊임없이 판단하려 한다. 보편적 기준과 본질론적 사고관이 지배하는 사회, 조선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성인이라는 이상을 끊고

지혜로운 자의 형상을 버리면,

백성들의 이익은 훨씬 커진다.

인의의 관념을 끊어 버리면,

백성들은 효성과 인자함을 회복하게 된다.

기교와 이로움을 끊어버리면,

도적이 없어진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충분치 않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방침을 지키게 한다.

소박함을 견지하고,

사욕을 줄여라.

 

-도덕경 열아홉째 장


 

<요약>

  1. 보편적 기준의 힘이 강한 사회일수록 위계적 질서가 굳어진다.

  2. 본질론적인 사고관이 지배하는 사회는 변화하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힘이 약해진다.

  3. 관계론적 사고로 세계를 보면 선악을 구분 짓는 이분법적 틀이 깨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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