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도가 망가져서
인의를 제창하게 되고,
지혜가 출현하여
큰 거짓이 있게 되며,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니
효성이나 자애의 관념이 생겨나고,
국가가 혼란하여
충신이 있게 된다.
-도덕경 열여덟째 장
네덜란드의 사회심리학자 홉스테드(Hofstede)는 1980년대에 여러 나라들 간의 상이한 국가 문화적 차이를 분석하는 접근법을 개발하였다. 그의 최초 이론은 문화적 가치관을 분석하는 네 가지의 차원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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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집단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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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회피 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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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격차(사회 계급의 견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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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성-여성성
이후 별도로 홍콩에서 연구가 수행되었고 종래의 패러다임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요소들을 보충하기 위해 다섯 번째 차원인 ‘유교적 역동성’이 추가되었다. 이는 당시 아시아의 네 마리 용(한국, 중국, 싱가포르, 홍콩)이 경제적으로 급부상하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였다. 실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유교적 역동성의 세계 평균 점수는 43.8점인데 비해, 한국은 75점으로 높은 점수를 보였다.
공자는 동아시아 문명을 설명하는데 필수적이다. 공자의 철학은 근대화 이후에도 여전히 동아시아 사람들의 정신적인 뿌리다. 그리고 공자의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유교적 역동성이 동아시아의 산업화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공자의 철학은 무엇일까. 공자는 기원전 551~479년의 사람이다. 이 시기는 주나라가 쇠퇴하고 전국시대로 옮겨가고 있는 혼란의 시기였다. 공자는 이러한 혼란을 해결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기준이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그것은 ‘가족’이었다. 공자는 가부장을 중심으로 각자의 서열과 위치가 안정되어 있는 가족시스템이, 사회 시스템의 보편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인의 본성이 규정되어야 한다고 보았는데, 이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본질적 덕성인 인(仁)이다. 『논어』 ‘안연’ 편은 안회가 인(仁)에 대해 묻자 공자가 “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을 하는 것”이라고 답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극기복례(克己復禮)’라는 사자성어의 유래다. 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의 실천이란 뜻이다.
공자가 구상했던 사회 시스템은 ‘지금 여기’ 존재하는 개인이 끊임없이 부정되고(극기), 인(仁)이라는 보편적인 기준에 맞추는 것(복례)이다. 극기복례를 위해서 학습(學習)이 중요시된다. 학습은 계속해서 채우고 또 채우는 과정이다. 공자는 이렇게 극기복례 하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위치와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안정적이고 부강한 사회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공자가 구상했던 사회시스템은 현재 대한민국 대부분의 조직(사회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있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이다. 이것을 ‘가족 같은 조직’이라고 명명하겠다. 가족 같은 조직은 산업화에 적합한 모델이었다. 당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에 속해있었고 이것은 극복되어야 되는 대상이었다(극기). 산업화 과정에서는 일본의 기술이라는 외부의 답이 존재했다(보편적 기준, 복례). 이것을 빨리 도입하고 적용하는 것이 산업화의 과제였다(학습). 따라서 가부장적이고 위계적인 조직, 상명하달식 조직문화, 연공서열식 인적자원관리가 결합된 가족 같은 조직이 효과적이었다.
가족 같은 조직은 일본의 거품경기 이후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제는 우리나라 조직들의 혁신 동력이었던 보편적 기준(일본의 기술)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답이 있어서 그것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답이 없는 상황으로 변화한 것이다. 답이 있던 상황이 단순계라고 한다면, 답이 없는 상황은 복잡계이다. 복잡계에서는 더 이상 보편적 기준이 작동하지 않는다. 사회 시스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것이다.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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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부분의 조직들은 공자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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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식 조직은 가족을 모델로 한다.(가족 같은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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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같은 조직은 이미 존재하는 답을 빨리 학습하는 것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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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에서는 더 이상 보편적인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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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시스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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