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자들은
두 가지 서로 완전히 다른 별개의 것,
서로 충돌하는 것,
즉 자유와 조직을 동시에 믿고 있다.
-엘리 알레비(역사학자)
조직생활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조직 속에서 영혼이 말살되는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조직 속에서 자아실현은 어렵다는 말도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회사는 전쟁터, 밖은 지옥”이라는 미생의 대사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조직 밖의 자유를 꿈꾸지만,
자유의 크기에 비례하여 커지는 책임을 생각하면 고민은 더 깊어진다.
‘적을 친구로 만드는’ 카탈락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친구가 계층에 의해 적이 되는’ 위계적 조직이 생성되고 선택될까?
거래비용경제학은 위계적 성격을 가지는 조직이 시장으로부터 형성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거래비용경제학에 의하면 기업은 ‘시장 메커니즘’ 또는 ‘위계 조직’이라는
대체적인 거래 양식을 통해서 필요한 자원을 조달하는데,
그 결정은 거래비용을 비교하여 이루어 진다.
즉, 거래비용이 낮은 경우에는 시장 가격 메커니즘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에
기업은 시장을 통하여 필요한 자원을 조달한다.
그러나 거래비용이 높아지는 경우 시장거래는 더 이상 효율적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기업은 필요한 자원을 시장거래보다 더 효율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을 기업 내에 위계조직으로 구축하게 된다는 것이다(Williamson).
즉, 시장 실패(market failure)가 존재하기 때문에 조직이 시장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거래비용을 체계화시킨 윌리엄슨(Williamson)은
불완전한계약과 정보 비대칭, 불확실성 등에서 시장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
윌리엄슨이 거래비용을 체계화시킨 시점은 1970년대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중인 현재의 모습은 어떠한가?
-
블록체인 => 불완전한계약의 문제가 해결된다.
-
인터넷 => 정보 비대칭 문제가 해결된다.
-
인공지능, 빅데이터 => 불확실성의 문제가 해결된다.
기술발전의 흐름은 거래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흐르고 있고,
이에 따라 시장실패 역시 줄어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반면 조직화 비용(위계 조직을 형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상승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화하고 다양해지면서
과거와 같이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획일화시키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직 실패(organizational failure)도 상승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미래 사회는
모든 개인들이 기업가, 프리랜서, 가치 창출자로 거듭날 수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조직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조직은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가.
사회기술시스템이론은 조직을 기술 시스템과 사회 시스템이 통합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기술 시스템과 사회 시스템이 공동최적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소품종 대량생산 기술의 시대에는 공교육에 의해 획일화된 인재, 말 잘 듣는 인재를 필요로 했다.
투입되는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성과는 높아졌다.
‘하면 되는’시대 였기에 외부의 정답을 배우고 익히는 것,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인위적으로 노력의 양을 증대시키기 위한 사회 시스템이 요구되었다.
학교에서는 야간 ‘자율’ 학습을 ‘강제’하여 공부 노력의 양을 증대시켰다.
이렇게 프로그래밍된 학생들은 장시간의 노동을 견딜 수 있는 ‘근로자’로 성장하였다.
위계적 조직 구조는 끊임없이 일거리를 만들어 내며 성과를 증대시키는데 적합했다.
현재 진행중인 대량주문생산(mass customization)기술의 시대에는 다른 형태의 인재가 필요하다.
다양성이 실현되는 기술환경에서는 하나의 보편적 기준이 작동하지 않는다.
이제는 정답은 없고 질문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표준화된 인재가 아니라 엉뚱하고 말 안 듣는 인재가 필요하다.
다양성이 복잡하게 엉켜있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힘을 가지려면,
먼저 자기 자신의 고유성을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 주어진 모든 일에 대해 노력하는 인재보다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이 잘 해낼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관계)’을 통해 레버리지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사회 시스템은 이러한 ‘연결’을 구조화 시킬 수 있는 텅 빈 그릇이 되어야 한다.
기술 시스템은 분권화, 권한위임, 자율성을 갖춘 조직을 요구하고 있다.
배움을 행하면 날마다 보태지고,
도를 행하면 날마다 덜어진다.
덜고 또 덜어내면
무위의 지경에 이르는구나.
무위를 행하면 되지 않은 일이 없다.
천하를 차지하는 것은
항상 일거리를 없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거리를 만들면
천하를 차지할 수가 없다.
-도덕경 마흔여덟째 장
성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무위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교화되고,
내가 고요함을 좋아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올바르게 되며,
내가 일거리를 만들지 않으면
백성들은 저절로 부유해지고,
내가 무욕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질박해진다.
-도덕경 쉰일곱째 장
무위의 방식을 행하며
일거리를 없애는 태도로 일을 하고
정해진 맛이 없는 것을 참맛으로 안다.
작은 것을 크게 보고, 적은 것을 많게 보며,
원한을 덕으로 갚는다.
어려운 일을 하려는 자는 그 쉬운 일부터 하고
큰 일을 하는 자는 그 작은 일부터 한다.
세상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작은 일에서부터 일어난다.
이런 이치로
성인은 끝끝내 일을 크게 벌리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큰 일을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개 쉽게 하는 승낙에는 믿음이 부족하고,
사태를 너무 쉽게 보면
반드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이런 이치로
성인은 오히려 모든 일을 어렵게 대한다.
그래서 종내 어려움이 없게 되는 것이다.
-도덕경 예순셋째 장
<요약>
-
시장실패 때문에 위계적 조직이 만들어진다.
-
기술발전의 흐름은 거래비용과 시장실패를 줄이는 반면, 조직화비용과 조직실패는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
조직성공을 위해서는 기술 시스템과 공동 최적화를 이룰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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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기 기술 시스템에 적합한 사회 시스템은 공통의 일거리를 없애고, 다양성의 연결과 융합을 구조화하는 틀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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