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불만이다.
-정철. 틈만 나면 딴생각 中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는 인간의 욕구가 위계(hierarchy)를 이루고 있으며,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면 상위 욕구가 나타난다고 보았다.
생리적 욕구 : 허기를 면하고 생명을 유지하려는 욕구로서
가장 기본적 욕구인 의복, 음식, 가택을 향한 욕구에서 성욕까지 포함한다.
안전 욕구 :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고서 나타나는 욕구로서
위험, 위협, 박탈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불안을 회피하려는 욕구이다.
사회적 욕구 : 가족, 친구, 친척 등과 친교를 맺고 원하는 집단에 귀속되고 싶어하는 욕구이다.
존경 욕구 :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인간의 기초가 되는 욕구이다.
자아존중감과 자신감, 성취, 존경 등에 관한 욕구가 여기에 속한다.
자아실현 욕구 : 자기를 계속 발전하게 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욕구이다.
다른 욕구와 달리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욱 증대되는 경향을 보여 ‘성장 욕구’라고 하기도 한다.
알고 이해하려는 인지 욕구나 심미 욕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자기초월 욕구 : 후에 매슬로우는 자아실현의 단계를 넘어선 자기초월의 욕구를 주장하였다.
자기초월의 욕구란 자기 자신의 완성을 넘어서 타인, 세계에 기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뜻한다.
매슬로우는 위계적 욕구들을 다시 두 가지로 구분하였다.
결핍 욕구 : ‘결핍’을 동력으로 하는 욕구다. 한 번 충족되면 더는 동기로서 작용하지 않는다.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 욕구가 이에 해당한다.
결핍 욕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끊임없는 결핍과 불만에 시달린다.
성장 욕구 : ‘성장’을 동력으로 하는 욕구이다.충족이 될수록 그 욕구가 더욱 증대된다.
자아실현 욕구와 자기초월 욕구가 이에 해당한다.
통상적인 일반 욕구를 넘어섰다고 하는 뜻에서 메타 욕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성장욕구를 추구하는데 도달한 사람들은 비로소 ‘결핍과 불만’을 넘어
‘만족과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
매슬로우는 욕구의 출현과 소멸이 ‘결핍-지배-충족-새로운 욕구 출현’의 과정을 거쳐
성장 욕구가 출현될 때까지 계속된다고 보았다.
즉, 아래 단계 욕구가 우선적으로 충족되어야 다음 단계 욕구가 출현한다는 원리이다.
‘매슬로우의 욕구단계’는 ‘니체의 정신 변화단계’와 연결될 수 있다.
인간의 정신 변화 수준은 그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구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낙타의 욕구 :
생존자체를 목표로 하며 안정적으로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기꺼이 무거운 짐을 짊어 진다.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가 낙타를 움직이는 동인이 된다.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가 불 만족되면 수치심, 죄책감, 두려움, 불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희망이 없고 죽지 못해 살아있는 상태이다.
사자의 욕구 :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가 충족되면 이제 노예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게 된다.
수치심, 죄책감, 두려움, 불안은 분노로 전환된다. 분노는 좌절된 욕구에서 비롯된다.
반복된 욕구불만과 좌절은 부싯돌처럼 부딪혀 분노의 불씨를 지핀다.
분노는 자기자신을 고양시켜 노예의 상태를 벗어나게 하고 강력한 자아(ego)를 형성시킨다.
강력한 자아는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사회적 욕구와 존경 욕구가 사자를 움직이는 동인이 된다.
사자의 욕구는 노예 상태를 벗어나게 하지만 여전히 결핍욕구에 머물러 있다.
팽창된 에고는 공격받기 쉽다. 상처받기 쉽다. 방어적이고 수동적이다.
사자의 욕구는 외적 조건에 의존하고 있어서
그러한 조건 없이는 더 낮은 수준으로 갑자기 추락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욕구불만의 상태에 빠져있다.
공격성, 분열, 파벌형성, 부정, 중독 등의 특징을 보인다.
아이의 욕구 :
‘깨닫는다’와 ‘깬다’의 어원은 서로 같다. 둘 다 틀 자체를 부수는 데 있다.
아이의 단계는 ‘에고라는 적’을 깨닫고 강력한 에고가 깨지는 단계이다.
에고가 깨진다는 것은 끊임없이 분별하는 마음의 습관이 멈추는 것이다.
사자 정신은 분노라는 불(火)을 지핀다.
머리 속은 분별심으로 인해 생각이 멈추질 않고 끊임없이 불타고 있다.
머리가 불타는 것이 번뇌이다. ‘분별심’은 성경의 ‘선악과’와도 연결된다.
중생이 번뇌에 빠지는 것과 인류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것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끊임없이 선악을 나누는 분별심, 이분법적 사고는 결핍욕구에 빠져있는 모든 인간정신의 상태이다.
아이의 정신은 용기를 갖고 이 모든 분별심, 이분법적 사고, 편협한 에고를 깨부순다.
외부조건에 노예가 되는 것도,
외부조건에 투쟁하는 것도 아닌 자기자신으로 돌아가는 상태가 아이의 상태이다.
용감하게 ‘지금 여기’에 발을 딛고 설 수 있는 상태이다.
자아실현욕구와 자기초월욕구가 아이를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용기, 자발성, 비분별성, 유연성, 균형, 내면적 기쁨의 특징을 보인다.
인간의 정신은 낙타와 사자를 거쳐 아이 단계로 거듭나야
‘결핍과 불만’을 넘어 ‘만족과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
옛날에 도를 잘 실천하는 자는 미묘하고 현통하여
그 깊이를 알 수가 없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억지로 그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할 뿐이다.
조심조심 하는구나!
마치 살얼음 낀 겨울 내를 건너는 듯이 한다.
신중하구나! 사방을 경계하는 듯이 한다.
진중하구나! 마치 손님과 같다.
풀어져 있구나! 마치 녹아 가는 얼음과 같다.
돈후敦厚하구나! 마치 통나무 같다.
텅 비어 있구나! 마치 계곡과 같다.
소탈하구나! 마치 흐린 물과 같다.
누가 혼탁한 물을 고요하게 하여
서서히 맑아지게 할 수 있으며,
누가 가만히 있는 것을 움직여서
생기가 살아나게 할 수 있는가?
이런 이치를 지키는 자는 꽉 채우려 들지 않는다.
채우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너덜너덜하게 하지
특정한 모습으로 완성치 않는다.
-도덕경 열다섯째 장
그 남성성을 알고 그 여성성을 지키면,
천하의 계곡이 된다.
천하의 계곡이 되면 언제나 덕이 떠나질 않아,
갓난아이의 단계로 되돌아간다.
그 백색을 알고 그 흑색을 지키면,
천하의 모범이 된다.
천하의 모범이 되면 언제나 덕이 어긋나질 않아,
한계가 없는 곳으로 되돌아간다.
그 영광스러움을 알고 욕됨을 지키면,
천하의 골이 된다.
천하의 골이 되면 언제나 덕이 곧 족하게 되어,
질박한 통나무로 되돌아간다.
통나무가 흩어지면 그릇이 된다.
성인은 그 통나무의 이치를 써서,
통치자 노릇을 한다.
그러므로 큰 통치는 가르지 않는다.
-도덕경 스물여덟째 장
타인을 아는 자는 지혜로울 뿐이지만,
자신을 아는 자라야 명철하다.
타인을 이기는 자는 힘이 센데 불과하지만,
자신을 이기는 자라야 진정한 강자이다.
족함을 아는 자가 진정한 부자이며,
억지로 행하는 자는
특정한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자리할 곳을 잃지 않는 자가 오래 가고,
죽어서도 잊혀지지 않는 자가
진정으로 장수하는 사람이다.
-도덕경 서른셋째 장
‘매슬로우의 욕구단계’ * ‘니체의 정신 변화단계’는 각각 그에 적합한 사회시스템과 연결될 수 있다.
사회시스템은 인간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구성원의 특성이 모여 그 사회시스템의 특성이 된다.
이론적 근거로는 ASA 이론을 들 수 있다.
ASA 이론은 1987년에 B. 슈나이더(B. Schneider)에 의해 만들어진 심리이론이다.
이론은 크게 유인(Attraction), 선발(Selection), 소멸(Attrition)의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유인’ 단계는 개인이 조직에 들어갈 때 성격, 가치관, 이해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기존 구성원들이 자신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조직에 끌리는 단계이다.
‘선발’ 단계는 조직이 신규 구성원을 채용할 때
기존 구성원들과 유사한 특징을 가진 인원을 선택하는 단계이다.
‘소멸’단계는 조직에 선발된 인원들이 적응하지 못하면 떠나게 되는 단계이다.
이 세 단계를 통해 조직 구성원들의 개인적 특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유사해지며,
이것이 곧 실질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이ASA 이론이다.
이제 각 사회시스템의 특성을 살펴보자.
낙타 단계=>관료주의, 연공주의 사회시스템 :
낙타들이 모여 관료제, 연공주의 사회시스템을 만든다.
이 사회시스템은 ‘안정성’과 ‘통제’에 최적화되어 있다.
미리 정해져 있는 규정과 절차를 숙지하고 틀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능력에는 상관없이 근속연수가 늘어나면 지위와 보상이 늘어난다.
‘먹고사니즘’의 태도를 가지고 관행을 거듭한다. 인내한다.
시키는 데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미덕이 된다.
세상도 변화하고 세대도 변화하는데 이러한 사회시스템은 그러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다.
사자 단계=>성과주의 사회시스템 :
사자들이 모여 성과주의 사회시스템을 만든다.
이 사회시스템은 ‘경쟁’과 ‘성취’에 최적화되어 있다.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강한 에고들은 전투를 벌인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마키아벨리즘이 만연한다.
한편으로는 자기계발과 능력향상을 추구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직정치와 파벌형성이 이루어진다.
Win-Lose게임을 하기 때문에 신뢰가 뿌리내리지 못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많은 성취를 이루지만
스트레스, 과로, 우울증, 번아웃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시스템이다.
아이 단계=>아이&아이 사회시스템 :
아이들이 모여 아이&아이 사회시스템을 만든다.
이 사회시스템은 ‘자율성’과 ‘창조’에 최적화되어 있다.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해 보면, ‘위계놀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역할놀이’만이 존재한다.
역할은 다양성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다양한 역할을 맡은 아이들은 서로 어우러져 놀이를 한다.
하나의 역할에 대해서는 한 아이가 자율성을 가지고 책임을 진다.
그러한 역할들이 모여 상호작용하며 이야기를 만들고 즐거움을 만든다.
하루 종일 놀이에 열중한 아이들은 꿀 잠을 자면서 꿈을 꾸지 과로와 스트레스에 빠지지 않는다.
세계 3대 경영학자 중 한명인 톰 피터스는 그의 저서 ‘초우량 기업의 조건’을 통해
합리주의적인 분석에만 빠져, 수치적 경영에 매몰되어 있던 기업들에게 일침을 가하며
자유, 열정, 실행력, 창조성, 동기부여, 사람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것들이 지닌 가치를 강조했다.
구글의 최고인적자원책임자(CHRO)이자 인사 담당 수석부사장인 라즐로 복은
그의 저서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를 통해 현재 가장 혁신적인 조직이
어떻게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아이들의 놀이터와 같은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있는지를 기록하였다.
그 책의 일부를 인용한다.
“직원에게 자유를 주는 데 돈은 들지 않잖아요.”
이 사람의 말은 옳다.
사람은 본래 선하다는 믿음 그리고 직원을 기계가 아니라
회사의 주인처럼 대할 용기만 있으면 된다.
대단한 창업, 대단한 사업, 대단한 일은 즐거워야 한다.
당신이 전력을 다해 일을 하면서도 어떤 즐거움도 느끼지 못한다면
뭔가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모든 해법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인재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며
이들을 자유와 창의성의 놀이로 충만한 환경에 머물도록 하는
최상의 방법과 관련된 멋진 발견들을 했다.
구글 직원들의 성공 비결은 다른 기업이나 조직에도 얼마든지 응용될 수 있다.
모든 회사가 다 무료 식사를 제공할 수는 없겠지만
구글을 위대하게 만든 원리를 복제해 자기 것으로 활용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라고 권하는게 이 책의 의도다.
-라즐로 복.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한국에 현존하는 대부분의 조직들은
아직까지 관료주의, 연공주의, 성과주의가 혼재되어 있는 사회시스템이다.
낙타의 머리와 사자의 몸통을 가진 괴생명체의 모습이다.
이 과도기적 괴생명체는 무거운 짐을 질 수도, 사납게 포효할 수도 없다.
결핍욕구가 동력이 되기에 항상 결핍과 불만으로 가득할 수 밖에 없다.
자살률은 높고, 행복지수는 낮은 이유이다.
결핍욕구로 움직이는 위계조직은 자유, 책임, 권한, 정보를 제한한다.
결핍욕구에 빠진 인간들은 서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장욕구로 움직이는 역할조직을 구축하여,
아이들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그래야만 욕구불만의 사회를 넘어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로 거듭날 수 있다.
가장 훌륭한 통치자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통치자,
그 다음은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통치자,
그 다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통치자,
가장 좋지 못한 것은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는 통치자이다.
통치자가 사람들을 믿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도 통치자를 믿지 못한다.
공이 이루어지고 일이 마무리되어도,
사람들은 모두
“우리는 원래부터 이랬어!”라고 하는구나.
-도덕경 열일곱째 장
똑똑한 사람을 높이 치지 않아야
백성들이 경쟁에 휘말리거나 다투지 않게 된다.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아야
백성들이 도적이 되지 않는다.
욕심 낼 만한 것들을 보이지 않아야
백성들의 마음이 혼란스러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성인이 하는 정치는
그 마음은 텅 비우게 하고
그 배를 채워 주며
그 의지는 유약하게 해 주고
그 뼈대를 강하게 한다.
항상 백성들로 하여금 무지 무욕하게 하고,
저 지혜롭다고 하는 자들로 하여금
감히 무엇을 하려고 하지 못하게 한다.
무위를 실천하면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없다.
-도덕경 셋째 장
가장 훌륭한 덕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만 하지 다투지는 않고,
주로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물과 같은 이런 덕을 가진 사람은
살아가면서 낮은 땅에 처하기를 잘하고,
마음 씀씀이는 깊고도 깊으며,
베풀어 줄 때는 천도처럼 하기를 잘하고,
말 씀씀이는 신실함이 넘친다.
정치를 한다면 질서 있게 잘하고,
일을 할 때는 능력에 잘 맞추며,
거동을 할 때는 때를 잘 살핀다.
오로지 다투지 않으므로 허물이 없구나.
-도덕경 여덟째 장
<요약>
-
결핍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위계조직을 만든다. 위계조직은 욕구불만을 양산한다.
-
성장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역할조직을 만든다. 역할조직은 행복을 추구한다.
-
사회시스템(조직)이 변화하려면 우선 개인들이 변화해야 한다.
-
개인들은 외적조건(교육, 매스미디어, 사회화, 경쟁 등)에 의해 형성된 강력한(편협한) 자아(ego)가 진정한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깨부수고) 아이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
아이 상태로 돌아간 개인들은 성장욕구와 신뢰를 바탕으로 ‘아이&아이 사회시스템’(역할조직)을 구축할 수 있다.
'✒️골방인디출판 > 노자 컨설팅-포스트꼰대니즘의 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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