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제국 2020. 5. 3. 21:25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예수. 마태복음 18:3


나는 그대들에게

정신의 세 가지 변화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어떻게 하여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는 사자가 되며,

사자는 마침내 아이가 되는가를.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는 인간 정신이 세 단계를 거쳐 변화한다고 보았다. 

 

첫번째 단계는 정신이 낙타가 되는 것이다.     

낙타는 무거운 짐을 잔뜩 지고 뜨거운 사막을 지난다. 낙타는 인내심 많은 정신을 의미한다. 

인내심 많은 정신은 가장 무거운 짐을 잔뜩 지고 있다. 

가장 무거운 짐은 [너는 해야 한다(You Should)]라는 보편적 기준이다. 

보편적 기준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가치는 이미 창조되었다. 모든 창조된 가치, 그것이 바로 나다. 

진실로 말하노니 [나는 원한다(I Will)]라는 요구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낙타의 정신은 정신 변화의 출발점이다. 순종할 줄 알아야 명령할 수 있다. 

낙타의 단계를 거쳐야만 우리는 사자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두번째 단계는 낙타가 사자가 되는 것이다.  

사자는 복종을 요구하는 보편적 기준을 향해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고 대적한다.           

 

자유를 쟁취하고 의무 앞에서도 신성하게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사자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가치를 위한 권리를 쟁취하는 것. 이것은 인내심 많고 외경심을 가진 정신에게 주어질 수

있는 가장 놀라운 소득이다. 이제 정신은 가장 신성한 것에서도 미혹과 자의를 찾아내야 한다. 

 

부정의 힘을 가지고 기존의 명령을 파괴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원한다(I Will)!]라고 포효할 수 있어야 한다.


 

세번째 단계는 사자가 아이가 되는 것이다.  

부정의 힘에서 긍정의 힘으로 전환되는 단계이다. 

구분, 기준, 틀이 있기 전 나의 존재가 있는 그대로 놓여 있는 상태. 

그냥 나로 존재하는 상태(I am). 

자유롭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힘이 축적된 자의 이상은

어린아이의 놀이이다.

 

-니체


아이는 순진무구함이며 망각이고,

새로운 출발, 놀이, 스스로 도는 수레바퀴, 

최초의 움직임이며,

성스러운 긍정이 아닌가.

 

그렇다. 창조라는 유희를 위해서는, 형제들이여,

성스러운 긍정이 필요하다.

이제 정신은 자신의 의지를 원하고

세계를 상실한 자는 

이제 자신의 세계를 되찾는다.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레옹 베르트에게  책을 바칩니다.

 책을 어른에게 바친  대해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바랍니다.

나에게는 그럴 만한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사람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이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는 무엇이든지 알아들을  있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책까지도  이해한다는 점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그가 프랑스에 살고 있는데 

 곳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위로 받아야  처지에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모든 이유들이 부족하다면

예전 어린 시절의 그에게  책을 바치겠습니다. 

어른들도 모두 한때는 어린이였으니까요. 

(물론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지만.)

그래서 바치는 글을 이렇게 고쳐 씁니다.

'어린 시절의 레옹 베르트에게  책을 바칩니다.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세상은 늙었다고 말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즐겨야 한다.

 

-처칠. 폭풍의 한가운데



덕을 두터이 지닌 사람은

갓난아이와 같다.

 

-도덕경 쉰 다섯째 장


그 남성성을 알고 그 여성성을 지키면,

천하의 계곡이 된다.

천하의 계곡이 되면 언제나 덕이 떠나질 않아,

갓난아이의 단계로 되돌아간다.

 

-도덕경 스물 여덟째 장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학교에서는 창의성 교육이 논의되고, 

기업에서는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된다. 

 

창의성(Creativity)이란 라틴어 Creo(만들다)를 어근으로 하는 Creatio라는 말에서 유래되었으며, 

() 또는 기존의 자료와 같은 유()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만들거나, 생산하는 것을 뜻한다. 

 

노자는 유무 상생이, 이것에 도()라는 글자를 붙였다. 

있음과 없음이라는 대립쌍이 서로 새끼줄처럼 꼬여 살려주는 모습이다. 

한쪽 극으로 치우쳐진 상태가 아니라

양극의 긴장을 품고 있는 상태에서 창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 잘 듣는 어른이 창의성을 가질 수 있을까? 

말해진 것, 개념화된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미 한쪽으로 치우쳐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강요하는 한쪽 기준을 받아들인 어른은 대립면의 긴장이 있을 수 없다. 

한국식 교육, 조직문화가 창의성을 키워낼 수 없는 이유이다. 

 


도가 말해질 수 있으면 진정한 도가 아니고

이름이 개념화될 수 있으면 진정한 이름이 아니다.

무는 이 세계의 시작을 가리키고

유는 모든 만물을 통칭하여 가리킨다.

언제나 무를 가지고는

세계의 오묘한 영역을 나타내려 하고,

언제나 유를 가지고는

구체적으로 보이는 영역을 나타내려 한다.

이 둘은 같이 나와 있지만 이름을 달리하는데,

같이 있다는 그것을 현묘하다고 한다.

현묘하고도 현묘하구나.

이것이 바로 온갖 것들이 들락거리는 문이로다.

 

-도덕경 첫째 장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 테레사 애머빌(Teresa Amabile)에 따르면

창의성은 전문지식, 창의적 사고능력, 동기부여라는 세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로체스터 대학의 심리학자인 데시(Edward L. Deci)는 내재적 동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외재적 보상, 즉 돈이 주어질 경우 내재적 동기 수준에 변화가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정육면체 조합 퍼즐 실험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내재적 동기가 높았던(즉 퍼즐게임 자체를 즐겼던) 집단에) 돈을 지급한 경우, 

돈을 지급하기 전보다 오히려 퍼즐을 잘 못 맞추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결론적으로, 사람은 즐거운 놀이를 할 때 창의성이 발현된다. 

놀이하는 아이가 될 때 창의적인 인간이 된다. 놀이를 하는 아이는 지치지 않는다.

 그만하고 밥 먹어라, 그만하고 자라 

어른들은 노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You should를 명령한다. 

그러나 아이는 못 말린다. 

인간은 자신의 놀이를 발견할 때 자신의 결에 맞게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다. 

계속 즐기다 보면 전문지식, 창의적 사고 능력, 동기부여가 갖추어져 창의적인 인간이 된다.   

 

성적, , 성과 등의 외부 기준이 강하게 작동하는 사회 시스템은 아이들을 내쫓는다. 

이러한 조직에는 호모 이코노미쿠스(합리적, 이기적 인간)만 남고,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는 떠난다. 신뢰는 무너지고 혁신은 일어날 수 없다. 

모든 사람을 구제할 수 있는 한 명의 천재가 탄생될 수 없다. 

경쟁은 역설적이게도 인간을 평준화시킨다.

모든 사람을 하나의 보편적 기준에 줄 세워 새로운 가치의 창조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어느 대한민국 초등학생의 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어른의 말, 개념화를 하나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반대극을 예시로 보여주며 유무 상생의 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 줄은 놀이와 즐거움의 흥분을 표현하였다.

 

 

 

<요약>

  1. 어른은 한쪽의 외부 기준을 내면화한 상태로, 창조력이 없다.

  2. 아이는 한쪽의 외부 기준을 비워내 대립쌍의 조화를 품은 상태로, 창조력이 있다.

  3. 기준과 구분이 강하게 작동하는 사회 시스템은 대립쌍의 조화가 무너지고 한쪽으로 치우친 상태로, 아이들을 내쫓고 혁신이 불가능하다.

  4. 다양성의 긴장을 품고, 놀이를 허용하는 사회 시스템은 아이들이 모여들고, 끊임없이 혁신된다.